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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음악회 Talk Talk/홍승찬교수의 클래식 톡톡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기업과 예술, 기업과 음악의 아름다운 만남(기업/회사 이름의 유래)

by 블로그신 2018. 7. 23.



오늘날 샤토 무통 로쉴드라면 와인 애호가 누구나 최고의 와이너리로 잘 알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1855년에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보르도 와인의 등급을 매기기 시작했을 때 무통 로쉴드는 1등급이 아닌 2등급을 받았고 백년이 넘도록 그 등급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1등급을 받기 위한 로쉴드 가문의 노력은 끊임 없이 이어졌습니다. 와인을 만들어 통에 담아 보관하던 이전의 방법을 벗어나 양조한 다음 바로 병에 넣어 판매하는 체계를 처음으로 도입했고, 와인 병에 생산 년도와 지역, 생산자 이름 등을 기입한 레이블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해마다 한 사람의 화가를 선정해서 레이블에 들어갈 그림을 부탁했고 피카소의 그림이 레이블을 장식한 1973, 드디어 샤토 무통 로쉴드는 2등급을 벗어나 1등급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출처 : https://www.thefrenchcellar.sg/chateau-mouton-rothschild/


세계 최대의 의류업체 "자라(Zara)"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라라는 브랜드가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이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자라의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1936년 스페인의 레온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철도원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13살이 되던 1949갈라라는 양품점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하면서 의류업에 첫발을 들여놓았고 3년 만에 16살의 나이로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1963년에 의류 제조업체 고아 콘벡시오네스로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바탕으로 1975, 라코루냐 지역에 처음으로 문을 연 의류 소매점이 자라의 시작입니다. 그 무렵 카잔차키스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오르테가는 가게 이름을 "조르바(ZORBA)"로 결정하고 간판까지 만들었지만 매장에서 겨우 두 블록 떨어진 술집에서 먼저 이 이름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간판에서 알파벳 ‘O’‘B’를 빼고 ‘A’를 더해 "자라(Zara)"로 바꾸었습니다.

 

출처 : https://303magazine.com/2018/03/zara-denver/


우리에게는 "별다방"이란 애칭으로 더욱 친근한 "스타벅스"는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Moby Dick)"에 등장하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스타벅스는 1971년 미국의 시애틀에서 커피 원두를 판매하는 가게로 문을 열었습니다. 영어교사 제리 볼드윈(Jerry Baldwin)과 역사교사 고든 보커(Gordon Bowker), 그리고 작가 지브 시글(Zev Siegel)이 동업하여 문을 열었고 1987년에 하워드 슐츠가 인수하면서 커피 전문점으로 탈바꿈하여 오늘날 세계 최대의 다국적 커피 전문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타벅스의 창업자 세 사람 가운데 제리 볼드윈은 소설 "백경"의 애독자였고 가게 이름을 고민하는 동업자 고든과 지브에게 처음에는 소설에 나오는 포경선의 이름 "피커드(Pequod)"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든이 반대하면서 스타벅을 대안으로 내놓았고 볼드윈이 이를 받아들여 결국 스타벅스로 결정되었습니다.

 

출처 : http://fortune.com/2018/04/14/starbucks-black-men-arrested-philadelphia/


그림과 영화, 그리고 문학이 기업에 영향을 미친 사연을 먼저 살펴보았지만 음악과 기업이 만나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경우도 하나 둘이 아닙니다. 아우디와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이 그렇고 스와로브스와 메트로폴리탄의 인연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산토리 위스키는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을 지어 그들의 자부심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whisky.suntory.com/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음악축제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잘츠부르크 패스티발이 아닌가 싶습니다. 7월 말부터 약 40일간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이 축제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25만여명에 이르는 음악애호가들이 모여듭니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아우디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을 후원하면서 축제에 필요한 의전용 승용차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이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이라면 아우디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고 덕분에 아우디의 브랜드 가치가 한층 더 높아진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MHeqVc9xfXw


크리스탈로 유명한 스와로브스키의 오페라 사랑은 각별합니다.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사용한 장신구 대부분을 스와로브스키가 만들었고 1956년 전설로 남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서 칼라스가 착용했던 왕관과 목걸이, 귀걸이까지도 모두 스와로브스키 제품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오페라와의 인연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로 이어지면서 절정을 맞게 됩니다. 1966916일 메트로폴리탄이 맨해튼 39번가의 옛 건물에서 지금의 링컨센터로 옮겨왔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스와로브스키가 기증하여 객석과 로비에 20여개나 설치된 크리스탈 샹들리에였습니다. 성게처럼 생긴 모양부터가 독특하지만 공연이 시작할 즈음이면 불빛이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천장 위로 점점 올라가 마침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장관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출처 : https://bit.ly/2JLJa2Z

 

2008년에 세상의 관심이 다시 메트로폴리탄의 샹들리에로 모아졌습니다. 42년 전 설치된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보수와 교체 작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샹들리에를 바닥에 내려서 5만여개나 되는 크리스탈 부품을 다 해체한 다음 항공편으로 오스트리아의 비인으로 보냈고, 스와로브스키가 이를 세 달에 걸쳐 완벽하게 수선하여 다시 뉴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9월에 시작하는 새로운 시즌의 첫 공연에서 새롭게 단장한 샹들리에가 공개되면서 그 존재감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샹들리에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세계에 자랑할 만한 콘서트홀을 지어 보란듯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도 있습니다. 일본의 산토리 음료가 1986년 위스키 출시 60주년을 맞아 만든 산토리홀이 바로 그 경우입니다. 세계에서 위스키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다섯 나라 밖에 없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와 이웃나라 아일랜드가 있고 그들이 신대륙으로 건너가 새로 세운 나라 미국과 캐나다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산토리가 아시아 국가 중에는 처음으로 위스키를 만들었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 앞선 네 나라와 견주어 전혀 품질에 있어 뒤지지 않을뿐더러 심지어는 그들을 능가한다는 평가까지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출처 : https://www.suntory.com/culture-sports/suntoryhall/


산토리홀은 세계 최고의 위스키를 만드는 그들의 자부심과 열정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자랑입니다. 세기의 지휘자 카라얀의 자문을 받아 건립한 2006석 규모의 이 콘서트홀은 그곳을 다녀간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입을 모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최상의 음향과 시설, 최고의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125주년을 맞이한 산토리홀은 다시 한 번 세계의 음악애호가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연주회에 그들이 개관 이후 그때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작곡가들에게 위촉하여 초연했던 세계 초연곡들만 모아 무대에 올리는 전대미문의 일을 벌인 것입니다. 세계 최초가 곧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예술의 본령은 우리의 무심함을 일깨우는 것이라는 신영복 선생의 말을 두고두고 되새기며 자꾸만 그 뜻을 헤아려 봅니다.